여름 날
-고등부 수련회 가는 길
권 순 애
나리꽃이 고개 들어
방긋이 반기고
젖은 길 위로 길게 누운 나무가
길을 알려 준다
멀리
파란 잔디밭이 한 눈에 쏙
오래 된 밤나무는 늠름함을 뽐내고
사방을 돌아보니
푸르름이 휘감아 돌아
눈이 번쩍 뜨인다
잔디 속으로 몸을 숨긴
어린 방아깨비가 뛰어오르면
지나가버린 시간 속에
살포시 들어앉아 있던 여운이
방아깨비처럼 고개를 든다
한 걸음 디딜 때 마다
종종 걸음의 아기가 되어
마주보며 싱긋싱긋
언제쯤
가고픈 길 달려가 볼까
넘치는 비에 개울이 춤추면
덩달아 기쁨은 두 배
마음 문 활짝 열어
주님을 맞이할
사랑하는 아이들에게
보여 줄 것 많음에
행복한 우리가 되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