내 고향 봉화
권 순 애
기억너머 고개를 넘으니
아버지 손잡고 할머니 댁 가던 길이 열린다
차가워진 바람 땜에 옷깃을 여미고
조용히 머름골로 오를 때
할아버지께서 세워 놓으신
커다란 바위의 반가운 글씨는
어릴 적 산 처럼 크던 바위는 아니었다
남편 손 마주잡고 즐거워하며 길을 간다
아버지 세 살 먹던 삼월 십칠일 돌아가신
할머니의 무덤 앞에서
울 아버지 고단했던 삶을 돌아보며
살아계심에 기쁜 맘이 되었고
이해 못 할 일 없음에 감사한 맘이 되었다
다 오른 머름골엔
찬바람이 산을 쓸고 내려온다
사라진 것들에는 여운이 남는 것
새어머니 구박에 한쪽 귀 먹은
울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라
눈물이 핑 돌다 주저앉는다
울 아버지 화통 삶아 드신 목소리
듣기 싫다 말아야지
내 고향 경북 봉화군 상운면 가곡리 머름골
깊어가는 가을 속에는
아버지의 어린 날이 묻혀있었다